- 박미나는 레디메이드 색상과 형상의 세계를 탐구해 왔다. 자폐적 태도로 탐구 대상을 수집하고 그를 바탕으로 기계적인 노동을 반복하는 그의 회화는 미술사의 주요 형식을 논평하는 동시에 자본주의 물질문화의 특정한 양상을 포착해낸다.
학력
2000
헌터 대학, 뉴욕 시립대학원 회화과 졸업
1997
로드 아일랜드 미술대학 회화과 졸업
주요 개인전
2024
검은, 페리지갤러리, 서울
2023
이력서: 박미나와 Sasa[44].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Sasa[44])*, 서울
집, 원앤제이 갤러리, 서울
아홉 개의 색, 아홉 개의 가구, 아뜰리에 에르메스, 서울
2020
왜 빗방울은 푸른 얼굴의 황금 곰과 서커스에서 겹쳤을까?, 시청각랩, 서울
2019
스크림, 오버더인플루언스, 홍콩
2017
빨주노초파남보, 경주예술의전당, 경주
2016
스크림, 시청각, 서울
빨주노초파남보,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서울
2015
24 & 36 Grays, 갤러리 엠, 서울
2014
Grey & 12, 국제갤러리, 서울
2012
Drawings 1998-2012, 두산갤러리, 서울
회색 하늘, 두산갤러리 뉴욕, 뉴욕, 미국
2010
BCGKMRY, 국제갤러리, 서울
수상
2020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표창, 한국
2010
제1회 두산연강예술상 시각 예술 부문, 두산연강재단, 한국
심사평
제1회 두산연강예술상의 미술 분야에 최종 후보로 오른 9인은 모두 제 작업 세계를 탄탄히 구축하는 데 성공한 미술가로서 1971년부터 1974년 사이에 태어났다. 최종 3인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중요하게 삼은 잣대는 우수함 밖에 없었고, 심사를 맡은 3자의 의견엔 약간의 편차가 존재했지만 타협 불가능한 이견은 존재하지 않았다. 수상자는 구동희(1974년생), 김시연(1971년생), 박미나(1973년생)로 공교롭게도 모두 여성이다. 우선, 30대 후반의 미술가들에게 신선한 자극이 될 새로운 시상제도가 마련됐다는 점을 기쁘게 생각한다. 모든 작가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창작할 기회. 두산연강예술상은 작가들에게 상금과 (창작 지원 예산과 함께) 개인전 기회를 제공한다니, 자연 에르메스재단 미술상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 안정적으로 운영돼 한국현대미술계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공정한 시상제도로 자리 잡기 바란다. 심사 과정에서 ‘미지의 후보가 눈에 띄지 않아 다소 실망스럽다’는 의견도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전연 알려지지 않은 실력파 신인의 대두를 기대하는 일은 무리라고 본다. 현재 한국현대미술계의 상황을 보자면, 무조건 새로운 얼굴을 찾기보다는 기왕에 약진한 중견들 가운데 작업 세계의 심화를 도모하는 이들을 선발 지원하는 일이 중요해 뵌다. 40대를 맞이한 주요 작가들 가운데, 이름에 걸맞지 않게, 마땅한 전시 일정이 없는 이들도 적잖다. 구동희는 일종의 ‘미치광이 영화감독’이다. 그의 영상 작업은 독립 영화의 존재 조건에 부합하지만, 실제론 ‘마음의 생태계’를 탐구하기 위한 시뮬레이션 게임의 일종으로서 내러티브에 바탕을 둔 영화와는 그 바탕부터 다르다. 언제나 앞뒤가 맞지 않는 3류 영화나 완성하는 듯싶지만 각 시뮬레이션 게임에는 주요한 전제 조건과 초기 알고리즘이 설정돼 있다. 제작과정에서 이러한 조건과 법칙을 준수하고 위반하게 되는 작가는, 실패를 성공시킴으로써 매우 엉뚱한 요소들을 영상으로 포섭해내는 예상 밖의 성과를 거둔다. 김시연은 소금, 비누, 세제 등 가루 형태의 재료로 특정한 형상-원뿔, 집, 패턴-을 만들어 집안에 설치하고 그 모습을 사진으로 촬영해 그 프린트를 전시한다. 그리 야심찬 작업은 아니지만, 가정의 일상적 공간에 숨은 다양한 심리적 차원을 발굴하는 방법과 시적 정취가 남다르다. 감정의 분출을 자제해온 그가, 아파트의 주거 공간을 무대/재료로 삼아 펼치는 물질의 실험극은, 과연 어디까지 뻗어나갈 수 있을까? 박미나는 자신이 ‘사이비 과학’이라고 부르는 일련의 연구쪾조사 활동을 바탕으로 레디메이드 색상과 형상의 세계를 탐구해왔다. 자폐적 태도로 탐구 대상을 수집하고 그를 바탕으로 기계적인 노동을 반복하는 그의 회화는, 미술사의 주요 형식을 논평하는 동시에 자본주의 물질문화의 특정한 양상을 포착해낸다. 예를 들어 그의 작업 가운데 마이너 계열에 속하는 펜 드로잉 연작은, 애그니스 마틴이나 솔 르윗의 선형 드로잉 방식을 변용하는 동시에, 펜으로서 유통되고 있는 레디메이드 펜 잉크의 색상을 수집하는 의의를 지닌다. 이들 3인은 두산연강예술상의 수상 기념전에서 어떤 새로운 작업을 선뵐까? 벌써부터 기대가 크다. 아름다운 전시를 기대한다는 말씀으로, 심사 단평은 이만 줄인다.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_ 임근준
젊은 미술가들에게 작업을 위한 6개월 간의 뉴욕 체류와 뉴욕 전시라는 상당히 매력적인 기회를 제공하는 상인 만큼 뉴욕 체류를 작업에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미술가인가에 초점을 맞추어 선정하고자 하였다. 그 밖에 작업에 대한 진지한 태도, 개념 구성과 표현 능력, 매체에 대한 실험성 등 다양한 측면들을 고려하여 9인의 후보 미술가들 가운데 최종적으로 구동희, 김시연, 박미나를 선정하게 되었다. 구동희의 가장 큰 매력은 사진, 비디오, 설치에 이르는 다양한 매체를 적절하고 자유롭게 활용하면서 미술의 ‘낯설게 하기’의 진수를 보여준다는 데에 있다. 싱글 채널 비디오 작업들은 내러티브를 전혀 중시하지 않는 모호한 상황 연출을 통해서 이 매체가 지닐 수 있는 지루함을 성공적으로 극복함과 동시에 모호함을 통해 관람자의 세포 하나 하나를 일깨우는 묘한 자극적 쾌감을 제공한다.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적 통념을 뒤집는 설치 작업들도 얼핏 보기에 엉성해 보일 때조차도 팽팽한 긴장감이 내재되어 있으며, 여러 층의 개념들로 탄탄하게 구성되어 있어 관람자로 하여금 미로를 헤쳐 나가듯이 작가의 사고를 경험하게 하는 작품 구성 방식이 탁월하다. 김시연은 지난 몇 년 간 다양한 방식을 통해 동화 같은 판타지의 내러티브를 통해 인간이라면 누구나 지니고 있는 희로애락의 정서를 섬세하게 건드리는 작업을 해 왔다. 특히 소금, 비누 같은 일상 재료를 이용하여 원뿔 기둥 같은 오브제를 만들고 집 안 곳곳에 설치한 후 흑백 사진에 담아내는 시리즈를 통해 일상 속에 내재되어 있는 복합적인 감정, 삶의 아이러니 등을 여성 작가 특유의 시선으로 제공하여 왔다. 이러한 섬세함이 그녀의 큰 장점인 동시에 작업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 앞으로 넘어서야 할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작가 특유의 서정적인 감성을 버리지 않으면서도 개념의 구조를 보다 탄탄하게 구성할 수 있는 방식을 모색한다면 더욱 훌륭한 작가로 성장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회화를 통해 세상과 직접적인 연관을 맺는 방식에 있어서 박미나는 동년배 작가들 가운데 단연 독보적인 존재이다. 색상 수집과 분류, 레디메이드 이미지의 활용에서부터 최근 딩벳 회화에 이르기까지 그녀의 모든 회화 작업들은 회화라는 매체의 형식적 한계를 극복하는 실험인 동시에 색채와 이미지 같은 재료 자체가 세상에 대해 스스로 언급하도록 영리하게 구성되어 있다. 산뜻하고 쾌활한 작품 표면의 겉보기와는 전혀 다르게 색상과 이미지의 생산에서 소비에 이르는 유통구조에 대한 언급을 통해 세상에 대한 작가 나름의 냉담한 분석을 담아내는 것도 이 작가의 뛰어난 점이다. 수집이 작업의 중요한 모티브로 작동하는 이 작가에게 부상으로 주어지는 6개월 간의 뉴욕 체류는 새로운 작업 구상을 위한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이 상이 선정된 3인 미술가들에게 더 흥미로운 작업을 위한 발판이 될 것으로 믿으며, 앞으로 두산연강예술상이 재능 있는 젊은 미술가들에게 새로운 환경에서의 작업과 전시라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한국 미술계 성장의 큰 원동력으로 자리매김 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_ 정윤아
심사과정에 추천된 9명의 작가 모두 현재 한국미술계에서 왕성히 활동하며 자신만의 독창적인 세계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에 평가라는 과정을 통해 그 중 3명만을 선발한다는 것은 본인에게는 매우 힘든 작업이었다. 공모라는 제도가 가지고 있는 한계성을 다시 한번 절실하게 느꼈던 시간이었다. 필자는 작품의 우월성과 함께 이번 지원프로그램의 방향성과 주제와 부합되는 작가들을 선정하며 다소 이러한 어려운 과정을 해소 하려 하였다. 첫째, 이번 두산연강예술상의 지원프로그램은 국내보다 국외의 프로모션을 염두에 둔 프로그램이다. 예술은 다양성을 전제로 실험적 가치를 추구한다. 로컬과 글로벌의 경계가 무의미한 21세기 현재 실험성이란 지역 문화의 독창성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번에 선정된 3명의 작가들은 작품의 문맥이나 이미지에 있어서 지역이 지닌 차별화된 독창성을 모든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공통 언어로 효율적으로 변환시킨다. 그들의 작품은 이미지 해석과정에서 로컬과 글로벌 간의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이 일으킬 수 있는 오류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둘째, 두산연강예술상의 지원 프로그램은 단기적 결과물 즉 전시에 치중한 프로그램이 아닌 레지던스, 출판, 워크숍 등 창작활동을 둘러싼 제반 과정을 아우른 프로그램이다. 이러한 의미로 자신이 위치한 삶과 사회를 연계하고 상호관계의 과정을 연구하고 작업을 발전시킨 작가 위주로 3명을 선정하였다. 또한 새로운 지역과 환경에서 새로운 프로젝트의 구상과 실현에 보다 쉽게 적응할 수 있는 작가들을 선발하고자 하였다. 기존 작업의 횡적 연장을 벗어나 새로운 변화와 도전을 시도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염두에 두었다. 추천된 9명의 작가 모두 미술계에서 왕성히 활동하며 본인과 직간접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어 그들이 지금까지 해왔던 작업세계를 이해하는 데 별다른 어려움은 없었다. 다만 개개인 모두 매우 실험적이고 예술성 있는 작업을 하고 있어 일반적인 작품 평가 기준을 적용하기는 힘들었다. 따라서 예술적 가치의 평가라기보다는 두산이 추구하고 있는 방향성에 보다 적합한 작가를 선정했음을 다시 한번 언급한다. 선정된 작가들은 이번 지원 프로그램의 목적에 부응하여 국제 미술계에 자신의 역량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갖기 바란다.
_ 서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