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두산 큐레이터 워크숍

창작자 지원두산 큐레이터 워크숍

세미나 Ⅹ - 정금형

2023.12.30

세미나 Ⅹ - 정금형 (작가)

 

정금형은 지난 워크숍 중 유일하게 직접'을 쓰도록 유인했다. 회의실의 책상을 밀고 무대를 만들고, 사무실 창고의 사물들(사다리, 빗자루 세트, 끌차, 쓰레기봉투, 안전모)을 놓았다. 워크샵의 방식은 참여자가 차례로 사물의 배치를 바꾸는 얼핏 단순한 구조였다. 제한된 사물의 배치는 한계가 있었고, 나는 몸을 무대에 새로운 사물로 놓임으로 연속적인 장면에 개입했다. 참여자들은 작가가 세팅한 무대-시스템에 따르거나 적극적으로 장면을 전환하거나 혹은 시스템 자체에 혼선을 주기도 했다. 반복되는 패턴 속에서 새로운 규칙이 주어졌고 이는 또 다른 막의 전환을 가져왔다. 이는 정금형이 실제로 과거 전시와 공연에서 선행한외부의 간섭 없이도 획득한 구조' 체득해 보는 경험이었다.

3차원 무대에 이어 평면의 테이블에서 모종의 만들기라는 게임이 진행되었다. 규칙이 없는 화면에서 주어진 사물을 반복적으로 이동시키며 패턴을 분석했다. 참여자들은 본인의 규칙을 직설적으로 드러내거나 절대적으로 숨기며 모방하거나 배반하는 행위를 이어갔다.

이번 워크숍은 참여자 간의 관계 맺기, 행위 관찰과 분석으로 정금형이라는 관조자가 만들어낸 퍼포먼스 무대와 시스템을 읽어내는 의미가 있었다. 무엇보다 오랜만에재미있다 느꼈다.

 

- 유승아 (DCW 2023)

 

정금형 작가는 기존의 DCW 세미나 방식을 허물고, 자신의 작업에 선행하는 연습/실천 속으로 우리를 초대했다. 일종의 워크숍 형태를 갖추며, 두산갤러리의 세미나실은 연습실로 일시적으로 용도가 변경되었다. 정금형 작가는 그가 작업에서 도구와 맺는 관계, 움직임, 손길, 동선, 시나리오를 단서처럼 우리에게 주고 자체를 움직이도록 했다. 기획자는 지금까지 작가의 작업을 텍스트를 통하거나 전시의 관람자로 경험해 왔다면, 시간은 정금형 작가의 작업을 온몸으로 흡수하는 방식에 가까웠다. 작가가 제시한 상황과 조건 안에서 능동과 수동의 제스처를 번갈아 취하며, 도구를 만지고 배치하는 반복과 변주를 몸으로 익히며, 과정에서 작가의 작업 어느 지점을 받아 삼키게 되었다.

한편 주어진 도구와 나의 신체가 맺는 관계의 전후에, 순서대로 순환하며 이어지는 마지막 워크숍 구성은 DCW 참여자 서로 간의 앎과 관계 맺음에 대해서도 느끼는 시간이었는데, 이는 10번의 세미나 이후 전시를 만들게 사람이 서로를 먼저 익히는 연습/실천의 장면 같기도 했다.  

 

- 이상엽 (DCW 2023)

 

워크숍의 진행자 정금형은 행위를 주도하기보다 관조하는 역할로 참여했다. 그녀는 우리로 하여금 사다리, 빗자루 세트, 끌차, 쓰레기봉투, 안전모와 같은 사무실 창고에서 쉬이 있는 사물들을 제멋대로 배치하게 했다. 우리는 차례대로 사물들의 몸체를 움직였다. 사물의 위치와 배열, 위와 아래를 신중히 고민하고 결정했다. 임의대로 배치하면서도 사물-더미가 갖는 조형성을 의식했다. 시간에 관한 정금형의 의도를 지금의 시점에서야 판단해 보자면, 오랫동안 참을성 있게 재료를 다루어 물질 안팎에 내재하는 어떤 형체를 발견하는 경험을 하게 하고자 했던 것은 아닐지 생각한다. 한정된 개수의 오브제를 배치하는 행위를 지속해서 반복하는 과정은 우리로 하여금 창의성이 발현되지 않는 한계점에 다다르게 했는데, 그때마다 참여자들은 서로의 행위를 모방, 변형, 왜곡하며 나름의 돌파구를 찾고자 했다. 그녀가 구획해 놓은 나름의 규범을 지키는 동시에 변칙적인 움직임을 시도한 것이다. 나는 시간을 정금형의 퍼포먼스 방법론과 다름없다고 읽는다.

 

- 이지언 (DCW 2023)

top